Hearing about ‘hhhh note’


수풀의 모든 제품에는 'Talking about’이라는 코멘트가 담겨 있어요.

수풀 멤버들이 모여 저마다 애정하는 제품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작되었어요.

각자의 공간에서 물건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지를 말하다 보니, 이 소중한 이야기를 우리끼리 간직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Talking about Product’라는 기록을 남겨왔어요.


이제는 제품 이야기를 넘어, 보다 많은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수풀과 함께 나아가는 브랜드들과 패밀리 분들의 이야기도 귀기울여 듣고 싶어요.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온기’를요.


‘Hearing about’은 그렇게 시작된 수풀의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창작자와 소비자, 행복을 건네고 선물하는 모두의 목소리가 만나 여러분의 마음 속에 따뜻하게 스며들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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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목소리는 스튜디오 ‘포에이치노트 hhhh note’입니다.

포에이치노트는 가볍고 즐거운 모티브에 공예적 요소를 더해 개성 있는 도자 공예품들을 기록해 나가요.

다양한 텍스쳐가 느껴지는 제품들로 수풀 패밀리 분들에게 보고 만지는 행위에 대한 재미를 주는 브랜드랍니다.


그럼 포에이치노트를 운영하고 있는 현승님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Q. 포에이치노트가 세상에 탄생될 수 있었던 이야기가 궁금해요.


저는 낙서를 좋아해요.

종이에 끄적이는 낙서뿐 아니라, 재료를 이리저리 만지고 노는 일이나 멍하니 상상에 잠기는 시간도 저에겐 일종의 낙서예요.

그렇게 던져놓은 낙서들 중 마음에 남는 것들은 잘 정리해 제 도자에 표현해요.

그런 저의 낙서들을 담을 노트가 필요했고,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브랜드 이름에 나열된 ‘h’에 대해서도 많이들 궁금해하세요.

제 이름은 ‘빛을 잇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아주 단순하게 ‘빛’을 의미하는 ‘현’의 이니셜인 h를 이어 만든 이름이에요.

다들 좀 허무하다고도 하시지만, 저 자신을 나타낼 담백한 이름이 필요했기에 망설임 없이 사용하게 되었어요.



Q. 손에 닿는 촉각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공유하고자 하시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와요. 

그중에서도 ‘크림’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주제로 선택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크림 텍스처는 사실 작업 중 남은 석고를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발견한 결과물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도가 달라지는 석고를 이리저리 저어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곡선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곡선들을 보며, 시각적으로는 부드러운 형태를 담되 촉감은 단단한 재질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드러움과 단단함이라는 서로 다른 감각이 한 제품 안에 공존하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런 낯선 조합이 주는 감각을 작업에 담아 공유하고 싶었어요.



Q. 그래서 그런지 포에이치노트의 제품들은 하나같이 곡선의 미가 돋보여요. 

이런 섬세한 곡선을 만들어내기까지엔 많은 정성이 들어갈 것 같은데, 작업하실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맞아요. 저는 대부분의 작업을 곡선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시선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부드러운 라인을 좋아하거든요.


곡선은 리듬감도 있고 표현의 폭도 넓어서 매력적인 요소지만, 자칫하면 과하거나 불안정해 보일 수 있어서 항상 균형에 대해 고민해요. 

그래서 디자인할 때는 여러 각도에서 이리저리 돌려보며, 선의 흐름이 시선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율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결국엔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선적인 표현을 지향하고 있어요.



Q. 최근 행복하다 느꼈던 순간이 있을까요? 작고 큰 행복 어떤 것이든요!


얼마 전, 작년에 썼던 일기를 다시 꺼내 읽어봤어요.

그때 적어뒀던 바람들과 고민들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몇 가지는 이미 이루어져 있었고, 고민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있더라고요. 

아마 일기를 꺼내보지 않았다면 기억조차 못 했을 거예요.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성장하고 있었구나를 새삼 느끼며 행복했어요.


그 외에도 크고 작은 행복들이 참 많았어요. 

귀여운 조카가 태어나 행복했고, 망고가 잘 익어서 행복했고, 예쁜 디자인이 떠올라 행복했어요.

질문 덕분에 행복을 되짚다가도 행복해 지네요.



Q. 하나의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하루에도 여러 가지 감정이 오갈 것 같아요. 

유독 힘든 감정이 앞서는 날엔 어떻게 하시는지, 작가님의 감정 극복 법이 궁금해요.


예전에는 힘든 날이면 무조건 잠을 잤어요. 

방문을 닫고 종일 누워 있으면 가족들도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요. 그게 저 나름의 해소 방식이었죠.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스트레스가 온전히 풀리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질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아주 평범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쓰고 있어요. 

지금 느끼는 감정이나 고민을 글로 정리해서 기록해두는 거예요.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종이 위에 꺼내놓는다고 생각하면, 훨씬 가볍게 느껴지고 마음 정리도 한결 쉬워지더라고요.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해결의 실마리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 같아요.



Q. 포에이치노트의 가까운 미래, 혹은 기대하는 먼 미래가 궁금해요. 

포에이치노트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포에이치노트라는 이름으로, 식기를 넘어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는 다양한 도자 작업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는 반려견 유골함을 처음 만들어봤는데, 단순한 제품을 넘어서 깊은 감정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 도자가 지닐 수 있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요.


가까운 미래에는, 마치 노트 맨 뒷장에 편안하게 남긴 낙서처럼 생산성이나 효율에 얽매이지 않은 작업들을 하나씩 선보이고 싶어요. 

시간과 정성을 천천히 들여 만든, 오직 몇 점뿐인 소규모 작품 카테고리를 만들어보려 해요.

포에이치노트를 만나는 분들이 그런 작업들 속에서 진정한 ‘소장 가치’‘희소성’을 느껴주셨으면 해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현승님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뭘까요?


앞선 질문에서 일기를 이야기했듯, 행복은 결국 스스로 인지해야 비로소 존재하는 것 같아요.

행복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때로는 아주 뜬금없이 찾아오지만, 사실은 늘 주변에 머물고 있더라고요. 

결국 그걸 알아차리고 느끼는 건 그 삶을 살아가는 주인인 ‘나’ 자신의 몫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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